여성인권운동가 김복동 님 49재
2019년 3월 18일3월 17일 오후 2시 조계사 내 극락전에서 김복동 할머니 49재가 진행되었습니다. 생전에 불교신자였던 김복동할머니가 사바세계를 떠나 극락왕생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정의기억연대가 함께 주관하였습니다.
양한웅 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님이 순서를 이끌어주신 가운데, 정의기억연대 윤미향 대표의 인사말과 김동희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관장의 할머니의 걸어오신 길 소개가 이어졌습니다.
오늘 이 자리를 함께 마련해주신 혜찬스님의 추모사와 할머니의 마지막까지 곁을 지키며 함께 해준 권미경 연대세브란스병원노조 위원장, 윤홍조 마리몬드대표의 추모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불전 앞에서 ‘일본은 사죄하라’는 구호도 힘차게 외쳤습니다. 부처님께 드리는 스님들의 정성어린 염불, 극락왕생발원기도와 참석한 이들의 간절한 바람을 안고 할머니는 고통의 옷을 벗고 향기로운 꽃 만발한 극락에서 우리를 지켜봐 주실 거라 믿습니다.

인사말과 추모사를 나눕니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 / 인사말
할머니 우리와 이별한 지 49일째, 오늘 진짜 우리와 이별하신다는 날이라네요. 왜 오늘따라 이리도 하늘은 푸르고 높고, 날은 따스한지요? 할머니 가시는 하늘길이 이렇게 화사하게 열어 재쳐지니 우리 할머니, 그동안 수고했다며 이제부터 평화로운 안식의 세상에 어여 오라 하시는 부처님 손길인가 싶습니다. 할머니 94년 땅의 길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봄이 오고 있으니, 언 땅 녹아 새싹들이 솟고 있으니 딸아 네가 곧 평화였고, 딸아 네가 곧 생명의 존엄함이었다. 딸아 수고했다. 우리 김복동 할머니 생명의 손길로 안아주려 따스한 가슴 열어주시나 봅니다.
할머니가 맺어준 식구들이 이렇게 할머니 떠나시는 길 환한 빛이 되어 모여 있으니, 우리가 할머니 잊지 않겠다는 약속이고, 우리가 할머니의 죽지 않는 ‘희망’, 약해지지 않는 희망이 될 것이라는 결의. 세상을 돌며 억울함의 고리들을 풀어내고, 전쟁의 앞뒤에서 때로는 드러내놓고 벌이는 폭력, 때로는 그림자처럼 전쟁의 뒤에서 음흉하게 세상을 지배하려고 하는 자들에 의해 벌어지고 있는 무자비한 세상의 사슬들을 끊어내고, 딸들에게 가해지는 성폭력, 어린 아이들과 약자에게 가해지는 인권유린의 뿌리를 드러내고 범죄를 저질러놓고도 그 죄를 피해자 탓으로, 책임을 돌리며 더 큰 죄들을 짓고있는 가해자들에게 강한 매세지로 꾸짖었던 김복동할머니의 삶을 계승하겠다는 우리의 결연한 의지. 그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할머니 떠나보내며 환한 빛으로 마주대함 입니다.
할머니, 그럴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우리와 이별할 것을 아시면서도 나는 희망을 잡고 살아, 나를 따라 하셨던 할머니의 그 메세지가 죽어도 죽지않는다는 너무나도 강한 힘을 배우게 했고, 죽는다고 죽는 것이 아니다는 진실과 정의의 힘을 배우게 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 할머니의 부재를 허락하지 않으려 합니다. 오히려 더 많은 김복동으로 살아 역동하려 합니다.할머니! 이제 할머니 하실 일은 부처님 곁에서 평화와 안식을 누리시고, 이 땅에서 우리가 만들어사는 평화와 정의로운 사회를 지켜보아주소서.


혜찬스님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 / 추모사
우리는 오늘 자유, 인권운동가 김복동 할머니와 이별을 합니다.우리는 오늘 용감한 여성 김복동 할머니와 이별을 합니다. 김복동 할머니, 당신은 성노예로 전쟁터에 끌려간 한국 십대 소녀들 중 한명이었습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 익명으로 살아가던 수많은 피해자들 중 한 명이었습니다. 김복동 할머니, 당신은 전쟁 중 성노예 범죄에 대한 일본의 진정한 사죄와 제대로 된 배상을 요구해 온 가장 거침없는 불굴의 인권평화 활동가였습니다. 지구 곳곳에서 만연하게 자행되고 있는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평화나비였습니다.
김복동 할머니, 당신은 고통의 역사의 십자가를 지고 간 예수였습니다. 김복동 할머니, 당신은 역사의 고통을 떨치고 일어나 이 땅, 아니 이 지구상에 전쟁이 없는 세상, 전쟁 성폭력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는 세상을 위해 활동을 한 이 시대의 진정한 자리이타의 큰 보살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 자리에서 당신과 사바세계의 인연을 다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헤어지는 게 아닙니다. 별은 지는 것이 아니라 빛나는 것이다라는 말과 같이 김복동 할머니 당신은 우리의 가슴 속에서 항상 빛날 것입니다.
당신의 소원이라던 우리나라가 서로 화합하고 서로가 한발씩 물러나서 남북통일이 되어서 전쟁이 없는 나라, 다시는 우리들과 같은 이런 비극이 안생기도록 전쟁없는 나라가 되어서 여러분들의 후손은 마음놓고 살아가는 그런 세상, 그런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하늘의 빛나는 별처럼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김복동 할머니, 아니 김복동 보살님, 잘 가세요.이 사바세계에서 겪었던 아픔, 슬픔, 분노는 모두 놓으시고 행복하고 향기 가득한 극락 세계 왕생하시길 축원드리겠습니다.


윤홍조 마리몬드 대표 / 추모사
당신이 남긴 것들. 당신이 보여주신 용기와 행동이 수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었습니다. 당신이 남겨주신 희망으로 인해 오늘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김복동의 희망을 통해 우리 민족의 후손들에게 밝은 미래를 선물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당신이 제시해 주신 전쟁이 없고 평화로운 세상을 오늘도 우리는 꿈꿉니다. 전 세계 무력 분쟁 지역에서 모든 폭력과 싸워야 하는 여성들과 아이들에게 그리고 우리들에게 당신은 이미 위대한 영웅입니다.
당신이 물려준 아름답고 숭고한 이 투쟁에서 비겁한 가해자들이 진심어린 사죄를 실천하는 그날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으로 인해 다른 삶을 살게 되었고 다른 세상을 꿈꾸게 된 우리가 이 자리에 모여 있습니다. 당신이 남겨주신 이 끈끈함으로 뭉치고 하나되어 나아가겠습니다. 이 많은 것을 남겨주신 당신께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를 전합니다. 하늘에서 지켜봐 주시고 함께해 주십시오.

권미경 연세세브란스병원노조 위원장 / 추모사
할머니 복동할머니, 장례치르고 오늘 49재 할머니께서 더 좋은 세상에서 지내시라고 진심으로 할머니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많은 분들이 모였어요. 할머니는 그동안 어찌 지내셨어요? 우리 할머니, 낯선 환경, 낯선 잠자리 매우 싫어하시는데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저희들은요, 만나면 할머니 생전에 이야기를 하면서 울다가 웃다가 그리워하다가 자리를 떠나 돌아오는 길에서도 또 한번 그리워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많이 보고 싶어요. 세브란스노조에서는요. 할머니를 오랫동안 돌봐준 병동간호사들한테 할머니의 마음을 대신해서 감사의 인사를 전했구요, 대표님과 함께 치료비 지원에 도움 준 병원에도 감사한 마음을 담아 감사패도 드렸어요. 또한 ‘김복동의 희망’ 단체를 널리 알려서 할머니가 생전에 사랑하고 지켜주고 싶었던 재일 조선학교 친구들이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할머니, 남아있는 우리가 열심히 해서 일본의 진정한 사죄, 배상도 받을 겁니다. 그러니 할머니는 14살 소녀 하나 지켜주지 못한 나라, 사과 하나 제대로 받지 못하는 나라에 대한 원망일랑 훌훌 털어내시고, 우리 좋은 세상에서, 우리 다시 만나요.
일부사진 출처: 김복동의 희망 https://www.kimbokdong.com/m/40?fbclid=IwAR2Nt8isTDldcNrezCo-rGWMFZnKdHqxIJ1vbgx-tV2A33TfG8deVHixPU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