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지방 할머니 방문
2019년 8월 29일오늘부터 이틀 동안 남쪽에 계신 할머니들을 뵙기 위해 오전 사무실을 나섰습니다. 몇방울 떨어지던 비가 어느새 차 유리를 깰 듯이 무섭게 내렸습니다. 앞이 안 보일 정도라 차들이 다 같이 모두 조심조심 거북이 걸음이었습니다. 덕분에 계획보다 늦게 할머니들을 뵈었습니다.
대구에 계신 이용수 할머니는 기다리다 늦게 점심을 잡수셨다며 복숭아를 깎고 단호박을 찌고 계셨습니다. 같이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활동가들이 너무 잘 먹으니 허허 웃으십니다. 투쟁하기 딱 좋은 나이라며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시지만 많이 힘들고 아파 드시는 약이 많으십니다. 한참 더운 여름이었지만 다리와 발이 너무 시려서 내내 내복을 입으셨고 오늘은 두꺼운 보호대를 하고 계셨습니다. 이런저런 일상의 얘기를 하다 또 뵙기로 약속하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이OO 할머니 댁에 도착하니 아드님과 할머니 막내동생이 계셨습니다. 처음 뵌 그분은 할머니와 거의 30살 차이인데도 할머니와 무척이나 닮으셨습니다. 이 할머니가 맏딸, 9남매의 막내여서 할머니가 일본군에 끌려가시고도 한참 뒤에 태어나셨습니다. 아드님이 만두와 여러 음식을 내주시고 할머니의 막내동생은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부모님 이야기, 맏언니를 찾고 드디어 만난 이야기. 맏딸을 많이 사랑하고 아끼셨던 아버지는 할머니가 어디론가 끌려가신 뒤 밤마다 술을 드시며 애달파 하셨다고 합니다. 얼굴을 본 적 없고 말로만 듣던 맏언니를 나이들고 중년이 되어 처음 만나게 되었을 때 심정은 어땠을까. 또 80이 넘어 막내동생을 찾게 되고 자신과 꼭 닮은 얼굴을 보았을 때 이 할머니의 마음은 어땠을까. 옛날이야기 하니까 아버지 생각난다 하시며 세세한 기억력을 자랑하시던 이 할머니는 그 시간이 좋으셨는지 “안 가면 안 되나, 자고 내일 가라"며 무척 아쉬운 표정을 지으십니다. 조금 있다가 9월에 또 찾아뵙겠다 약속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