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2월 할머니 방문 소식

2021년 2월 18일

조금 늦은 할머니 방문 소식입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새해 인사도 드릴 겸 조심스럽게 혼자 사셔서 상황 파악이 어렵고 방문 허락하시는 분들만 찾아뵈었습니다. 방문 시 마스크도 착용하고 손소독도 철저히 하고 갔습니다.

먼저 서울에 사시는 멋쟁이 할머니를 찾아뵈었습니다. 요즘 코로나로 외출이 쉽지 않으니 염색을 하지 못해 흰머리가 많아지셨습니다.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아이패드를 켜서 가족들 사진을 보여주십니다. 그러던 중 틀어놓은 TV 뉴스에서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주장의 논문을 쓴 교수의 이야기가 나오자 어떻게 저런 못된 소리를 할 수 있느냐며 화를 내고 TV를 끄셨습니다. 드라마에서 싸우는 것만 봐도 기분이 나쁘고 가슴이 뛰어 잘 보지 않으시는 할머니인데 뉴스에서 흘러나온 그 소식에 할머니 맘이 많이 상하신 것 같습니다. 이후 전화드려서 하버드대 다른 교수들과 많은 학생들, 연구자들이 이 못된 소리를 하는 교수에 대해 비판하고 무책임하고도 비참한 논문이라는 성명을 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드리니, “그럼요, 그래야지요.” 하십니다.

경기도에 사시는 할머니는 늘 어지럼증과 틀니로 식사가 쉽지 않아 고생하십니다. 이런저런 방법을 생각해 봐도 마땅한 해결 방법이 없어 안타깝습니다. 평소 할머니께서는 유쾌한 농담을 정말 잘하십니다. 이날은 방문한 한 활동가의 파마머리를 가지고 계속 진담 섞인 농담을 하셨습니다. 머리를 요리조리 보시고는 “머리가 그게 뭐야. 얌전히 해야지. 그렇게 하면 안 돼.” 하시곤 설거지하듯 흉내를 내시며 수세미 같다고 하시고 불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 같다고도 하셨습니다. 머리를 묶고 갔는데도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을 피할 수 없었는데 다음에는 모자라도 쓰고 가야 하나 활동가는 고민 중입니다.

창원에 계신 할머니께서는 몸이 좀 안 좋으십니다. 얼마 전 집안에서 넘어져서 멍이 크게 들고 똑바로 앉지 못하셨습니다. 천만다행으로 뼈에는 이상이 없습니다. 서울에서 할머니 보러 온다고 아픈 모습 안 보이려 화장도 하시고 진통제도 드시고 계셨습니다. 얼른 나으시라고 말씀드리고, 할머니 생신도 앞두고 있어서 소고기와 과일도 드렸습니다. 모쪼록 마음 편히 지내시라고 당부 드리고 돌아왔습니다.

포항에 사시는 박필근 할머니도 뵈었습니다. 아무래도 명절 전이라 조금 서둘러 일찍 내려가니 할머니 댁에 점심때 도착했습니다. 새로운 면장이 찾아와 인사한 이야기며 지역 여성회와 단체들이 다녀간 이야기 등 말씀해 주십니다. 함께 나가 마트에 들러 한 번 쭉 둘러보며 고기, 국수, 김, 요플레 등 필요한 물품을 사며 장을 보았습니다. 늘 집에서 혼자 화투를 치며 시간을 보내는 할머니. 그날은 셋이서 쳤습니다. 민화투를 잘 모르지만 그림 맞추기가 가능한 저희는 되도록 이기지 않으려고 했지만 한 활동가가 두 번이나 이겨 버렸습니다. 할머니께서는 “그래, 이기고 가거라. 기분 좋게 이기고 가거라” 하셨습니다. 그리고 더 그림을 안 맞추기 위해 노력하여 할머니께서 마침내 이겼습니다. 우리의 마음도 편해졌습니다. 오늘은 일찍 와서 시간이 더 된다고 말씀드려도 서울이 천릿길이라며 돌아가는 길을 걱정해주시는 할머니. 농사지은 무를 가져가라고 싸주십니다. 무거우니 한 개만 싸기로 꼭꼭 약속을 했지만 세 개나 넣고 드시던 귤이나 사과도 몇 개 넣어 주십니다. 늘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좋은 데 많이 다니라며 젊었을 때는 날아다녔다고 하시는 할머니. 부디 건강하시기만 바랍니다.

뵙지 못한 할머니들께는 명절 선물도 보내드리고 안부 전화도 자주 드리며 근황을 살피고 있습니다. 할머니들 마음 편히, 몸 건강히 오래오래 뵙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