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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포항 할머니 방문 후기: 할머니 손은 울퉁불퉁

2021년 11월 25일

라이언 활동가의 방문기

오늘은 동이 트기 전 집을 나왔습니다. 포항에 계시는 할머니를 찾아뵙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지난 방문 때 낫을 들고 옥수수를 거침없이 베시던 할머니의 모습에 이어, 오늘은 어떤 모습의 할머니를 뵐 수 있을지 기대하며 길을 나섰습니다. “할머니~ 저희 곧 도착해요~” 하고 전화를 드리니, 쌀쌀한 날씨에도 언제나처럼 집 밖 평상에 앉아 저희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자주 찾아뵙는 활동가 행 말고도 오랜만에 할머니를 뵙는 활동가들, 새로 온 활동가도 할머니한테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를 드렸습니다.

“정대협이는 왔는데, 왜 전화하는 정대협이는 안 왔어?”

할머니에게 오랜 시간 봐온 활동가 행은 ‘정대협’, 전화드리는 활동가 포카는 ‘전화하는 정대협’입니다. 다른 사무실 일정 때문에 포카 활동가가 오늘 못 왔다는 이야기를 전해드리니 못내 아쉬워하시는 할머니. “전화도 잘하고, 얼마나 잘해주는데~” 하시면서 아쉬워하십니다. 영상통화로 연결해드리니 밝은 목소리로 인사드리는 포카 활동가가 마치 눈앞에 있는 것처럼 화면에 나온 얼굴을 쓰다듬으십니다. 그동안 할머니와 함께해온 활동가들을 할머니도 아끼시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할머니를 모시고 읍내로 나서는 길. “이건 여름 치마 아녀~?” 할머니가 검은 무늬 치마를 입은 활동가에게 말씀하십니다. 안에 따뜻한 레깅스를 입었다고 보여드렸지만, 따뜻하게 여러 겹옷을 입고 예쁜 빨간 모자까지 쓰신 할머니의 눈에는 얇아 보일 뿐입니다. 그래도 할머니를 잡아드리는 활동가들의 손은 따뜻하다고 칭찬을 받았습니다. 만나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시는 할머니의 온정 덕분입니다.

식사로 나온 고디탕을 행 활동가에게 부어주시는 할머니. “정대협이 많이 먹어라~” 하십니다. 할머니가 너무 적게 드시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활동가들의 만류에도 꿋꿋이 괜찮다고 하십니다. 할머니랑 같이 따뜻한 고디탕을 먹고, 필요하신 생필품을 사러 읍내 마트도 들렀습니다. 겨울을 나기 위한 털신과 할머니가 필요하다고 하신 주방세제, 그리고 할머니가 드시고 싶어 하신 소고기, 쌀, 홍삼, 김 등 음식들을 한가득 샀습니다.

할머니 댁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앉으니 옛날이야기를 해주십니다. 젊었을 시절, 일도 잘하고 “펄펄 날아다녔다”라고 하시던 할머니. 밤낮으로 나무하기와 논밭일부터 베짜기까지 안 해본 일이 없으신 할머니의 손은 거칩니다. 마디가 울퉁불퉁하고, 고된 일로 손가락이 휘기도 했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오신 할머니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그래도 고생해서 딸과 아들을 잘 키워냈다는 할머니의 말씀에, 꿋꿋하고 강인하게 살아오신 할머니의 세월이 느껴집니다.   

수많은 “말로 다 못 하는” 어려움을 헤쳐내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오셨을 할머니의 삶, 그 삶의 페이지들이 모여 일본군 ‘위안부’ 피해생존자이자, 자랑스러운 딸과 아들의 어머니이자, 동네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어르신이자, 찾아뵙는 모두를 따뜻하게 반겨주시는 할머니로 복합적이고 다양한 색채의 할머니를 그려냅니다. 다채로운 할머니의 면모들에는 우리와 농담을 주고받고, 맛있는 것도 챙겨주시는 모습도 있습니다. 할머니의 일상 속 좋은 기억으로 계속 함께하고 싶습니다.

“나는 구십너이나 먹었지만, 눈도 귀도 다 잘 보여”

아직도 바늘에 실을 꿰실 수 있다며 자랑하시는 할머니의 말씀을 잘못 들은 활동가가 “할머니 귀가 잘 안 들리신다고요?” 했더니 “아니! 다 잘 보인다고요”라며 큰소리로 말씀하십니다. 할머니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계시면 좋겠습니다. 먼 서울에서 여기까지 나를 보러 왔다고 하시는 할머니한테, “할머니 뵈러 와서 너무 좋아요~” 하고 계속 말씀드릴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할머니와 함께 더 많이 웃으며 지낼 수 있기를 소망하며, 다음에 또 뵈러 갈 날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