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할머니 방문기: 할머니의 반달 눈웃음
2022년 1월 27일아침 5시 40분, 깜깜한 방에 울리는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납니다. 오늘은 할머니께 정기방문을 드리러 가는 날입니다. 꽤나 먼 거리를 가야 해서 아침에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이번에 방문하는 할머니는 저로서는 처음 뵈는 분이었는데, 어떤 분이실까 궁금해하며 길을 나섰습니다. 가는 길에 할머니께 드릴 한우와 연어, 딸기도 샀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할머니 댁 초인종을 누릅니다.
현관문 앞에서 우리를 보고 반갑게 손을 흔들어주시는 할머니는 반달 눈웃음이 너무나 예쁘신 분이었습니다. 보고 싶었던 활동가들을 만나는 할머니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집니다. 할머니께 이른 설 인사를 드리며 넙죽 세배드렸습니다. 할머니가 손을 덥석 잡으시기 전, 얼른 화장실에 가서 한 번 더 손을 꼼꼼하게 씻고 나왔습니다. 행 활동가의 손을 연신 어루만지는 할머니.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서 주십니다.
“할머니~ 이게 뭐예요?”
펼쳐본 종이에는 할머니가 글씨를 연습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할머니가 행 활동가의 이름을 열심히 적어두셨어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자랑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에, 찡-하고 감동이 밀려옵니다.
늘 하이힐을 신고 다니던 멋쟁이셨던 할머니는 얼마 전 크게 아프신 후 말씀하시는 데에 불편을 겪고 계신다고 하십니다. 보고 싶었다고, 어떻게 지내냐고 말씀하고 싶으신 할머니의 마음이 글씨에서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감동의 물결을 깨고 포카 활동가가 장난스레 말합니다. “할머니~ 제 이름은요?” 포카 활동가도 보고 싶었다는 듯, 할머니가 웃으십니다.
“안녕하세요 할머니~!” 할머니를 처음 뵙는 라이언 활동가가 인사드리자, 막내 병아리를 보듯 다정한 눈길을 보내주셨습니다. 오늘 함께 하지 못했지만, 그동안 할머니를 많이 찾아뵈었던 다른 활동가분의 이야기를 들려드렸더니 할머니의 눈빛이 반짝입니다. 할머니의 초롱초롱한 눈빛, 반달 눈웃음, 올라간 입꼬리와 웃음에서 활동가들과 나눈 시간과 정이 느껴집니다.
활동가들이 쓰고 있던 마스크를 가리키며 벗으라고 하시는 할머니. 보고 싶던 활동가들의 얼굴을 마주하고 싶으신 듯합니다. “할머니~ 아직은 코로나가 심해서 안 돼요~ 병이 없어지고 나면 우리 같이 마스크 벗고 만나요!” 하니 고개를 끄덕끄덕하십니다.
아프셨지만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셔서 지금은 걸음도 이전보다 훨씬 잘 걸으시고, 생활도 잘하고 계신다니 너무나 다행이었습니다. 잘 지내시는 할머니의 모습, 주변 가족분들이 정성으로 돌봐드리고 계시는 모습에 감사함을 느끼며 할머니와 함께 웃을 수 있는 날이 우리 앞에 더 많이 펼쳐지길 바라봅니다.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저에게는 예쁜 반달 눈웃음으로 기억에 남은 할머니가 더 오랜 기간 할머니를 뵈어온 활동가들에게는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할머니는 어떤 분이세요?” 하고 여쭤보니, 포카 활동가가 “멋쟁이시지!” 라고 이야기해주십니다. 포카 활동가가 그동안 만나온 할머니는 항상 하이힐을 신고 다니는 멋쟁이에, 즐겁게 수다를 많이 떠시던 분이었다고 하네요. 각자의 자리와 시간에서 만나는 할머니는 우리 모두에게 조금씩 다른 기억으로 남아있지만, 그 모든 기억이 합쳐져 할머니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낼 수 있겠죠? 하이힐을 신고 당당하게 거리를 누비는 것을 좋아하시던 할머니도, 찾아온 활동가들과 끝없이 수다를 떠시던 할머니도, 눈웃음으로 듬뿍 정을 나눠주시던 할머니도 모두 우리 할머니의 모습입니다. 할머니와 함께한 다양한 기억들을 나누며 역사부정과 왜곡의 벽 앞에서 수많은 색채로 할머니들의 모습을 담아내는 새로운 벽화를 그려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도 함께해 주세요. 우리가 만드는 공감과 연결의 색채들이 무엇보다도 멋진 벽화를 채워갈 것이라 믿습니다.
2022.01.24 활동가 라이언 작성
설 인사도 드리고, 딸기와 한우, 연어도 사갔습니다. 하이힐을 좋아하시던 할머니는 요즘은 예쁜 양말을 신고 계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