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과 한미정상회담에 즈음한 시민사회단체 한일관계 입장 발표 기자회견
2022년 5월 18일오늘 5월 18일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정의기억연대, 민족문제연구소, 민주노총, 진보연대와 겨레하나가 제안해서 92개 단체들이 함께,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한미정상회담에 즈음한 시민사회단체 한일관계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전부터 일본에 한일정책협의단을 파견하며 한일관계 개선의지를 나타냈고, 취임식에는 일본 외무상과 외교부장관 후보자가 만나 ‘한일관계 개선에 서로 의견이 일치했다’고 하는 등 이른바 한일관계의 ‘포괄적 접근’, ‘그랜드 바겐’이 조만간 이뤄지는 것이 아닌지하는 우려가 높습니다.
이번주 금요일에는 윤석열 정부 취임 후 열흘만에 이루어지는 초고속 한미정상회담이 있습니다. 지난 ‘2015 한일합의’ 배경에는 미국의 강력한 압박이 있었습니다. 한일관계는 개선되어야 하지만 일본군’위안부’문제, 강제동원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한 인정이나 반성은커녕 역사를 왜곡하고 ‘한국이 해법을 가져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하였으며 92개 단체가 연명하고 11개 단체가 참석하였습니다. 입장문에서는 피해자가 배제되어 더 큰 상처를 남긴 ‘2015 한일합의’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하며, 대법원 판결의 신속한 이행으로 강제동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반성없는 일본과의 군사협력은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하는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한일 관계는 마땅히 개선되어야 하지만 ‘한국이 해법을 가져오라’며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일본과는 어떤 미래지향적 관계도 가능하지 않음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기자회견은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습니다.
▲사회 : 이연희 겨레하나 사무총장
▲발언1.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발언2.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
▲발언3.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
▲입장문 발표 (김은형 민주노총 통일위원장, 허 권 한국노총 통일위원장)
이연희 겨레하나 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는 다음과 같은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가해자가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과거를 왜곡하는데 어떤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가 가능할 수 있겠냐"며 “과거사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1965년 한일협정이나 2015한일합의처럼 피해자의 입장을 무시하는 역사적 참사를 반복하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도 “한미일 군사협력의 본질은 한국을 미일동맹의 하위 파트너로서 끼워 넣겠다는 ‘미일한’ 군사협력"이라며 “윤 정부가 일본의 과오를 얼렁뚱땅 넘어가고 협력을 강화하면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입장문]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한미정상회담에 즈음한****시민사회단체 한일관계 입장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일본에 정책협의단을 파견하는 등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해 왔습니다. 과거사 문제 전반에 관한 ‘그랜드 바겐,’ ‘포괄적 접근’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김대중-오부치선언 정신의 발전적 계승을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키기도 했습니다.
미 바이든 정부는 대중국견제, 인도・태평양전략 실현을 위해 한미, 미일간의 군사협력 뿐아니라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한일관계 개선을 강하게 주문해 왔습니다.
한일관계 개선을 바라는 윤석열-바이든 정부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오늘 시민사회는 바람직한 한일관계를 위한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을 주문하는 사이, 아베 전 총리를 비롯한 일본 국회의원 100여 명은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묻혀 있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고, 기시다 총리는 공물을 봉납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동원 현장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가운데, 자민당 의원연맹 간부들이 직접 시찰을 다녀왔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을 방문한 독일 숄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청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자민당은 평화헌법 개정을 참의원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며 개정 추진 조직의 명칭을 ‘추진본부’에서 ‘실현본부’로 바꾸었습니다. 이어 일본 헌법 개정 절차를 정한 국민투표법 개정안이 중의원 헌법심사회를 통과했습니다.
‘2015 한일합의’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한일관계 개선은 사실 적시에 기반한 일본 정부의 책임인정과 재발방지가 전제된 진정성 있는 사죄가 우선될 때 가능합니다. 말로는 평화, 관계 개선 운운하며, 과거를 반성하기는커녕 식민지와 전쟁을 찬양하고, 피해자를 윽박지르고 겁박하는 ‘어처구니없는’ 가해자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그 어떤 합의도 퇴행에 불과할 것입니다.
치유는커녕 피해자들의 상처에 더 큰 상처를 내고, 화해는커녕 갈등과 반목의 씨앗만 뿌린 ‘2015 한일합의’의 교훈을 윤석열 정부는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대법원 판결의 신속한 이행으로 강제동원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지난 2018년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은 일본 제국주의의 조선에 대한 식민지배가 불법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식민지배와 직결된 강제동원·강제노동이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식민주의 극복을 향한 역사적인 판결입니다. 또한 이 판결은 피해자들과 한국, 재일동포, 일본 시민들이 ‘65년 체제’를 극복하고 새로운 한일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길을 제시한 한일시민연대의 역사적인 성과입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와 가해기업에게 진정한 사죄와 배상을 끊임없이 요구해 왔습니다. 사실인정과 법적 책임의 인정, 사죄의 증거로서의 배상과 역사교육이 따르지 않는 사죄는 진정한 사죄가 아닙니다. 일본 정부와 가해 기업에게 진정한 사죄와 법적 배상을 통한 판결의 신속한 이행을 다시 한 번 요구합니다.
한국 정부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여 피해자 중심적 접근을 바탕으로 강제동원 문제의 포괄적인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 인권회복을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아 일본 정부에게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며 당당하게 외교적인 노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반성없는 일본과의 군사협력은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하는 일입니다.
지난 4월, 미국의 핵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가 우리 동해상에서 일본 자위대와 연합훈련을 진행했습니다. 당시 미일은 한국군에 한미일 3국 연합 해상훈련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일간 군사정보 공유를 넘어 한미일 군사협력이 가시화될 수 있음을 예측해 볼 수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2015 한일합의’의 배경에는 한미일 군사협력을 위해 한일관계 개선을 주문해 온 미국의 압력이 있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더구나 일본이 식민지배, 군국주의적 침략에 대한 사죄없이 평화헌법 9조 개헌을 강행하려는 상황에서 한미일 군사협력이 강화된다면, 일본의 재무장과 군국주의 부활을 용인하는 꼴이 됩니다. 한반도와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게 될 한미일 군사협력은 반드시 중단되어야 합니다.
한일관계는 마땅히 개선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2018년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을 빌미로 수출규제를 단행한 일본은 여전히 ‘한국이 해법을 가져오라’며 한 발짝도 물러서고 있지 않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문제를 비롯한 대일과거사의 정의로운, 원칙적인 해결은 한국과 일본이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만들어 가기 위한 출발점이며 동아시아 평화 실현의 밑거름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촉구합니다.
- 일본의 식민지 불법강점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죄·배상하라!- 미국은 한일 과거사의 졸속적 해결과 한미일 군사협력 강요말라!- 윤석열 정부는 대일과거사 문제의 원칙적인 해결에 나서라!
2022년 5월 18일
시민사회단체 한일관계 입장 발표 기자회견 참가단체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사)겨레하나, 민족문제연구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진보연대,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한국교회여성연합회, 조선학교와함께하는사람들 몽당연필, 김복동의 희망, 평화나비네트워크, 평화디딤돌,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통일로, 촛불전진, 민주시민교육 교원노동조합,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부천시민연합, 좋은바람협동조합, 광주전남교수연구자연합, 시드니 평화의소녀상 연대, 사람사는세상,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 여성공동체, 토론토민주포럼, 416세월호를 기억하는 시드니 행동, 세월 사람 평화 해외연대, 수원여성회, (사)평화철도, 열린군대를 위한 시민연대, 전국청소년진보연대 소명, 여성교회, 한국YMCA전국연맹, KIN(지구촌동포연대),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 진보3.0, 소녀상을 지키는 부산여성행동, 사월혁명회, (사)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사)정의·평화·인권을위한양심수후원회, 통일시대연구원, 가톨릭농민회, 경기민중행동, 경기진보연대, 경남진보연대, 광주진보연대, 국민주권연대, 노동전선, 녹색당, 대경진보연대, 대구민중과함께, 대전민중의힘, 민들레,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연대회의, 민족자주평화통일중앙회의, 민주노동자전국회의,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보건의료단체연합, 부산민중연대, 부산민중행동(준), 빈민해방실천연대, 불교평화연대,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서울민중행동, 서울진보연대, 알바노조, 예수살기, 울산진보연대, 인천자주평화연대, 자주평화통일실천연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전국빈민연합,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남진보연대, 전두환심판국민행동, 제주민중연대,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주권자전국회의, 진보당, 진보대학생넷, 촛불문화연대, 충남민중행동, 코리아국제평화포럼, 통일광장,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청년연대
[발언문_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성사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시다 일본 총리와의 미일 정상회담도 가질 예정이다.
미국 정부는 이미 지난 2월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를 통해 한일관계 개선을 향후 1∼2년 내 추구해야 할 핵심 액션플랜으로 제시하는 등, 이미 수차례 미일한 삼각협력으로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의지를 밝혀 왔다. 당선인 시절부터 한일정책협의단 파견 등을 통해 한일관계 개선 입장을 피력해 온 윤석열 대통령과 ‘한국의 개선 의지를 높이’ 산다며 의욕을 보이는 기시다 총리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다. 기시다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날 친서를 전달해 ‘한일 간 장애물을 제거하고 전체적인 한일관계 개선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을 기대한다’ 했다.
기시다 총리는 한일정책협의단이 한국으로 돌아가는 바로 그날, 일본을 방문한 독일 숄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청했다. 그 사실을 숨기고 있다 한국 대통령 취임식인 5월 10일 언론을 통해 발표한다. 마쓰노 일본 관방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이 사실을 확인하며 “계속해서 다양한 관계자에게 접근해 일본 정부의 입장을 끈질기게 설명하고, 동상의 조속한 철거를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 측의 ‘2015 한일합의’ 백지화 유감, 관계 개선을 위한 한국측의 해결방안 제시 요구 등 일본측 유력 인사들의 발언이 언론보도를 뒤덮는 사이 일본정부는 평화헌법 개정을 천명하고 사실상 120년만의 영일군사동맹이라 평가받는 원활화 협정(RAA, Reciprocal Access Agreement)‘에 합의한다.
참으로 우려스럽다.
군국주의와 끊임없는 전쟁으로 아시아 태평양을 불바다로 만들며 제국으로 성장했던 일본이 그 역사적 과오를 직시하고 반성하긴커녕 다시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한다는 명분으로 재무장의 길로 들어섰다. 이들이 갑옷을 다시 입는데 가장 큰 걸림돌, 이들이 상상하는 미래에 가장 큰 장애물은 과연 무엇이겠는가. 한반도의 피해자와 각성한 시민들이다. 우리들의 몸에 우리들의 기억에 우리들의 무의식에까지 각인된 일제 식민지 불법강점과 강제동원, 성노예제의 역사다.
우리는 요구한다.
이용수 일본군‘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지금도 당당히 요구하고 있다. 일본총리의 직접적이고 번복할 수 없는 사죄, 책임인정, 진상규명과 법적배상,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역사에 기록되길 바라고 있다. ‘뻔뻔스럽게’ 다른 나라에 설치된 소녀상 철거를 외칠게 아니라 도쿄 한복판에 소녀상을 세워 역사의 교훈으로 남기라고 요구하고 있다. ‘2015 한일합의’는 무효니 10억엔은 당장 돌려주라고 외쳤다. 일본정부의 태도변화없이는 어떠한 한일관계 개선도 불가하다고 못박았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가해자가 가해사실을 인정하고 책임지기는커녕 피해자를 윽박지르고 과거를 왜곡하는 토대 위에 어떤 미래지향적 한일관계가 가능한가.
만약 미일한 동맹과 안보란 명분으로, 혹은 미국 대통령의 압박으로 다시 그려질 한일 관계가 그러한 토대에서 출발한다면 우리는 끝까지 투쟁하며 싸울 것이다. 100년전, 120년 전 우리 선조들이 지키고자 했던 자주독립 정신을 끝끝내 이어 민주주의와 인권, 동북아 평화의 길을 다져 나갈 것이다.
도쿄전범재판, 샌프란시스코 협약, 1965 한일청구권협정, ‘2015 한일위안부합의.’ 잘못지어진 집을 허물지 않고 고쳐 쓰려할 때 어떤 문제가 반복되어 왔는지 한미일 정부는 똑바로 직시하길 바란다.
2022년 5월 18일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이나영
[주요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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